당신이 한없이 부러워지는 순간

by ida14770 posted Feb 06,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신이 한없이 부러워지는 순간

                                            임용철

 

누군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당신에겐 그런 순간이 없었나요?

 

저에겐 그런 순간순간이 많았습니다.

신혼때에는 은퇴한 장인어른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거든요.

"장인어른, 은퇴하셔서 이제 내일부터는 직장에 나가지 않으셔도 되니 얼마나 좋으세요?"

이제 막 결혼해서 직장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사위한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장인어른은 짐짓 딸이 걱정이 되셨나봅니다.

"은퇴하는게 뭐가 좋은 거라고 이 사람아......젊은 자네가 좋은 거지."

 

요즘엔 주5일 근무라 토요일엔 직장에 얼씬도 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토요일에도 업무가 있어 꼬박꼬박 출근하는 데요. 그나마 토요일이라도 외곽순환도로 교통체증이 원할해서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평일처럼 꽉 막혀있는 도로를 바라다보면 마음이 울컥합니다.

직장에 다니시는 지인들에게 토요일에도 일하러 나간다고 하면 주변의 반응들이 오히려 저를 놀라게 합니다.

"설마? 토요일에도 일하세요?"

"네, ㅠㅠ"

 

대학시절에, 방학이 되어 지하 연극동아리방에서 연극연습을 할 때는 매서운 연출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태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연출의 그림자처럼 곁에 서있다가, 밥때가 되면 큰 냄비에 물가득 붓고, 나무 젓가락으로 라면을 휘휘 젓으며 끊여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긴 대사를 외우느라 머리 아프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매일 똑같은 데서 틀리냐고 핀잔듣지않아도 되니까요.

도대체 맡은 배역에 감정이입이 전혀 안된다며 연출의 눈에서 초강력 울트라 캡숑 레이저가 나올라치면, 아침에 일어나서 자전거타고 학교로 가는길에 교통사고라도 나서 입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휴 그러게요~ 나는 당신이 부럽고, 그런 당신은 또 나를 부러워하십니다.

그래도 내가 당신을 부러워할 때마다 당신의 마음 속에 나지막한 안도의 한숨이 쉬어 질까요?

 

선배님이 그러시네요.

 "누군가는 열심히 일을 해야지요. 내가 일하기때문에 행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일터로 향하는 사람이 세상의 주인공입니다"라고요~

 

Articles

2 3 4 5 6 7 8 9 10 11